AI는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지만, 그 데이터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따라서 AI의 판단은 인간 사회의 가치관, 습관, 편견, 욕망이 섞여 있는 결과물이다. 우리는 종종 인공지능의 ‘편향’을 비판하지만, 정작 그 편향을 만든 것은 인간 자신이다. AI의 알고리즘은 인간의 데이터를 반영하고, 인간의 선택을 반복하며, 인간의 시선을 재생산한다. 결국 AI의 편향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의식의 문제다. 기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관심했기’ 때문에 왜곡된 결과가 나온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편향이다.
1️⃣ 알고리즘은 인간의 거울이다
AI의 본질은 학습이다. 그리고 학습의 재료는 데이터다. AI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의 패턴을 모방하는 것이다. 따라서 AI가 보여주는 결과는 인간 사회의 축소판과 같다. 만약 사회가 불균형하다면, AI의 결과도 불균형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채용 알고리즘이 남성 지원자를 더 선호하거나, 얼굴 인식 시스템이 특정 인종의 얼굴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훈련 데이터 속에 이미 인간의 편향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단지 인간이 만든 세계를 반영할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I의 결과는 다시 인간의 선택에 영향을 주고, 그 선택이 또 다른 데이터를 만든다. 이렇게 편향은 기술의 이름을 빌려 확대 재생산된다. 우리는 종종 “AI가 그렇게 판단했으니까”라고 말하며, 그 결과를 객관적 진리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AI는 결코 객관적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무의식이 만든 집단적 거울이다. AI의 편향은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무관심이 만든 그림자다.
2️⃣ 기술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의식의 편향’이다
기술의 편향은 수정할 수 있다. 더 나은 알고리즘을 만들고, 더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된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 속 편향은 훨씬 더 깊고 복잡하다. 그것은 사회 구조, 문화, 경험, 두려움, 욕망 속에 녹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AI도 마찬가지다. 효율적인 답을 찾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효율이 언제나 정의롭지는 않다. 효율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요소 — 다양성, 감정, 공감 — 은 쉽게 삭제된다. 그 삭제는 기술의 결정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그 가치를 덜 중요하게 여겨왔다는 증거다. 즉, 기술의 편향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무의식적 무관심이다. 우리는 AI의 결과를 비판하면서도, 그 알고리즘이 반영하는 사회적 현실에는 눈을 돌린다. “기계가 잘못된 거야.” 이렇게 말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책임을 벗는다. 그러나 AI는 우리를 대신해 판단할 뿐, 우리의 의도를 대신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AI가 왜 그렇게 배웠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그 데이터를 왜 그렇게 만들었는가’다. 의식의 편향은 기술의 한계를 넘어, 인간의 도덕적 무관심을 드러낸다.
3️⃣ 무관심을 넘어, 책임의 시대로
AI의 편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기술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우리는 이제 ‘기술의 시대’를 넘어, ‘책임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AI는 인간의 선택을 반영할 뿐이므로,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결국 인간에게 있다. 우리는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모델을 설계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는 기술적 판단뿐 아니라, 윤리적 통찰이 필요하다. 기술은 도구지만, 도구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다. AI가 사회의 불평등을 강화할 수도 있고, 오히려 그것을 완화할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의식의 깊이다. 우리는 이제 “AI를 어떻게 사용할까”보다 “AI를 통해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AI가 사고를 대신할 수는 있지만,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인간의 무관심이 계속된다면, 기술은 점점 더 비인간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더 깊이 관찰하고, 질문하고, 수정한다면 AI는 인간의 가치를 반영하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 편향은 피할 수 없지만, 무관심은 선택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선택은, 기술의 정확성이 아니라 인간의 성찰이다.
AI의 편향은 결국 인간의 거울이다. 그 거울 속에는 우리가 외면해온 사회의 결이 담겨 있다. 기술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근원에는 언제나 인간의 선택이 있다. AI가 인간의 편향을 학습했다면, 인간은 이제 자신의 의식을 다시 학습해야 한다. 편향을 없앨 수는 없지만, 인식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인식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무의식이 아니다. AI가 만든 편향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인간의 무관심이다. 결국 기술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새로운 코드가 아니라, 새로운 의식이다.